2011년 3월 27일 일요일

악슘, 악슘, 악슘...

이디오피아의 룩소르는 정말 장관이다.
그 거대한 석조 유적들...

앞서 말했다. "이집트에 룩소르가 있다면 이디오피아에 악슘이 있다."

악슘에서 론리에 나와 있는 호텔을 찾아 숙소를 정했다.
마당을 중심으로 사각형으로 지어진 호텔 건물... 멀찍이서 새와 원숭이들 울음 소리가 들리고 바나나 나무 같은 열대 식물이 마당을 가득 메운 아름다운 도시..

누군가 악슘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미리 그 곳의 역사를 충분히 공부하고 가기를 권장한다.
악슘엘 가면 "거대한 유적이 있었던" 터가 많다. 참 우울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바람따라 움직이는 배낭여행자한테 악슘은 너무나 황당한 곳이었다.
아는게 없으니...

시미엔 국립공원에 이어서 악슘까지... 정말 이디오피아는 계속 나를 힘들게 만든다.
악슘 오기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 고생을 하면서 도착한 악슘은 그냥 "터" 만 있는 유적이 나를 맞이한다. 천년도 전에 무슨 문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나는 유적지를 따라 다니는 취향이 아니라 이곳에서도 시장과 동네를 구경하며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눈 언저리에 파리를 서너마리씩 달고 다니는 동네 아이들(파리가 눈꼽 빨아 먹으려고 눈 언저리에 붙어 있다. 아무도 그 파리를 쫒아내지 않고 그냥 달고 다닌다.)과 나한테 머 하나라도 팔려고 애쓰는 기념품 행상들...

이디오피아에 먹을게 많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맛있는 것도 많다.
특히 바나나. 바나나에서 복숭아 향기가 난다. 엄지 손가락보다 살짝 더 길고 두툼한 바나나가 참 맛있었다.

악슘의 무슨 무덤이었다는 유적지(야트막한 산 꼭대기에 있었다.)에 올라가다 보면 동네 꼬마들이 반갑게 인사를 해준다.(주로 "you, you, you" 하고 떠든다. 꼬마부터 할아버지까지 나이에 관계없이... 이게 인사인지 욕인지는 모르겠다. -.-)
정상에 어느 백인 가족(유럽에서 온듯 하다.)이 있고 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뭔가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옆에 구걸하러 서 있는 이디오피아 꼬마들...

눈물이 울컥 난다. 똑같은 아이들인데, 누구는 유럽에서 태어나서 이곳으로 여행을 오고 누구는 그 옆에서 one dollar, one dollar 하면서 구걸을 하고 있다. 구걸하는 아이들도 불쌍하지만... 그 아이들은 이미 그게 일상이다. 외국인에게 give me one dollar, give me one dollar...
이미 부끄러움 같은건, 자존심 같은건 기억에 없어져 버린 그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보고 있는 그 백인 가족의 아이들... 저 아이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백인 우월주의가 생길까? 아니면 안타까움에 가슴에 상처가 남을까?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그런 가슴 아픈 광경을 많이 봤지만 이디오피아가 유난히 더 힘들었던것 같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아래쪽에 조그만 저수지 같은게 있다. 물이 별로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다.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모두 조그만 물통 같은걸 하나씩 들고 다닌다. 그걸로 뭐 하냐고 물어보니까 집에 갈때 물 한통씩 채워서 가져가야 한단다. 참 힘들게들 살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저수지에 물이 있어서 길어 먹을 수 있지만 갈수기에는 더 멀리 가야한단다.

노르웨이의 오슬로 유스호스텔에서 이디오피아 출신 사람을 만났었다.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일을 하고 있고 이디오피아 사람을 만나서 조국을 독재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던 친구...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이었고 그사람으로 인해서 이디오피아를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프리카에서 한번도 식민화가 되지 않았던 유일한 국가이며, 한때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살던 그 나라가 독재자가 집권하면서 쫄딱 망해버렸다는 거다. 부디 그 친구 성공해서 이디오피아 사람들 잘 살게 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아프리카 여행중에 이디오피아 만큼 강하게 기억에 남은 나라도 없었다. 뭐라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독특함이 배어 있는 나라... 지금도 다른 사람들이 어느 나라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 보거나 추천할 여행지를 말해달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이디오피아를 이야기 한다.

악슘에서의 며칠을 보내고 다음 도시를 정했다.
역시 론리에..."요르단에 페트라가 있다면 이디오피아에 랄리벨라가 있다" 라는 그말 하나보고 랄리벨라를 목적지로 정했다. 또 속는건 아닐까 걱정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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