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0일 목요일

이집트에서 수단으로

2006년 3월 초였나? 기억이 가물가물 한다.
일기장을 꺼내보면 정확한데 그거 꺼내러 가기가 귀찮아서...

이집트로 입국은 굉장히 쉽다. 도착비자... 그냥 어떻게든 국경에 가면 된다.
요르단에서 배를 타건, 이스라엘에서 국경을 넘건, 비행기로 카이로에 가건...

이집트에서 뭘 보고 다녔는지 주저리 주저리 말하진 않겠다.
워낙 유명한 여행지다보니 많은 정보들이 있고 쉽게 여행할 수 있다.

수단을 가려면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수단 비자를 받기 위해서 자국 대사관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아침 일찍 주 이집트 대한민국 대사관을 찾아갔다.

수단이라는 나라가 내전도 있고해서 쉽게 레터를 받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쉽게 주시더라.
다만, 분쟁지역은 피해 다니고 안전에 유의하라는 간곡한 부탁만 하시고...

그렇게 레터를 받고나서 수단 영사관으로 달려갔다. 비자 시간 거의 마지막쯤에 겨우
영사관에 들어가서 비자를 신청했더니
당일 오후 3시에 오란다. 이렇게 쉽게...
비자 비용이 100$다. 1달짜리 체류 비자 100$... 겁나 비싸다.
3시에 비자를 받았는데 비자 유효기간이 오늘부터 1달이다.

아직 이집트도 더 돌아 다녀야 하는데 유효기간 1달이면 이집트 제끼고 수단으로 가야하나?
걱정이되서 비자를 발급해준 지원에게 물어보았다.
나 : 오늘부터 1달안에 수단 입/출국을 끝내야되요?
직원 : 아뇨, 1달안에 입국만 하면 입국일로부터 1달까지 체류할 수 있어요.
다행이다.

비자를 받고나서 룩소르 거쳐 아스완까지 갔다.
아부심벨도 보고, 펠루카도 타고... 그렇게 유유자적 즐거운 이집트 여행을 마치고

아스완에서 배를 타고(아스완 호수로 간다.) 와디할파까지 이동한다.
이 배는 1주일에 1회만 운행하므로 날짜를 잘 맞춰야 한다.
이미 몇년이 지나서 운행요일이나 횟수가 변경되었을지 모르므로 현지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엄청 더운 날씨, 배타고 밤새 갈 일이 걱정스러웠는데
배에는 의외로 강력한 에어컨이 있어서 벌벌 떨면서 이동했다.

배에서 간단한 입국 심사를 한다. 여권을 맏기고 배에서 내릴때 다시 돌려준다.
와디할파에 도착후 허름해 보이는 이미그레이션 사무실을 찾아 갔더니
직원이 시비를 건다.
직원 : 비자를 3주전에 받았네요? 1주일안에 수단에서 출국하셔야 되요.
나 : 뭔소리니? 영사관 직원이 입국일로 부터 1달이라고 했거덩?
직원 : 안되요. 지금 수수료 내고 연장하던가 1주일내에 출국하세요.
옆에있던 아일랜드 애(얘도 나랑 비슷한 상황) : 야! 비자가 100$인데 뭘또 연장을 해?
직원 : (자신없는 목소리로) 유효기간내에 출국해야되요...
나 : 연장이고 출국이고 내가 알아서 할테니 일단 스탬프나 찍어라.
이렇게 입국을 했다. 젠장, 1주일안에 이 사막을 어케 건너가나...

어쨋든 입국하고 마을을 찾아가야 잠도자고 밥도 먹을 수 있다.
나 : (옆에 수단 아저씨한테) 마을이 어디에요?
아저씨 : (엄청먼 모래 언덕을 가르키며) 저 언덕 돌아가면 있어요.
거기까지 가다가 탈수증으로 죽을것 같다.
나 : 저길 어케가요? 걸어서?
아저씨 : 요 앞에 픽업트럭 타면되요.
나 : 고맙습니다.
그렇게 픽업트럭을 타러 갔는데 가격이 장난 아니다.
1달러 이상 했던것 같다. 수단에서...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참고로 이집트를 여행하고 나면 모든 현지인이 사기꾼으로 보인다.)
옆에 세관 사무실 들어가서 적정 가격을 물어 보려고 했는데
그 세관 아저씨가 자기 집에 간다고 나를 태워주신단다. 고마워라...

그렇게 마을에 들어가고 환전하고(동네 찻집 할아버지 한테) 숙소를 잡았다.
배가 1주일에 한번오다보니 와디할파에서 다른 지역에 가는 교통편도 배 도착후 하루나 이틀 후에 떠난다.

겨우 짐을 풀고 가벼운 몸으로 볼거없는 동네를 구경했다.
그리고, 수단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모두 외국인 등록을 해야 한다.

다음날 경찰서에가서 외국인 등록을 하면서(이게 또 40$정도...)
경찰에게 물어보았다.
나 : 나 정말 1주일이내에 출국해야되?
경찰 : 아니야, 오늘부터 1달 체류할 수 있더...
나 : 넌 천사다.
그러면서 덥썩 안아주고...

이제 바쁘게 교통편을 알아봐야 했다.
우선 기차역으로 가서 카르툼행 기차표를 샀다. 3등석이 100$.
눈물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단넘들... 투덜거리고...

마을로 돌아와서 지도를 봤더니 카르툼 가면 바로 이디오피아다.
그래서 경로를 변경해서 나일강변의 동골라 라는 도시를 가보기로 했다.
다시 기차역으로 가서
나 : 기차표 환불해 주세요.
할머니 직원 : 여기 앉아서 기다리세요.
그렇게 2시간쯤 기다렸다. 이제 슬슬 짜증이 나면서 이걸 함 뒤엎어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거의 3시간쯤 되었을때
현지인이 카르툼행 기차표를 사러왔다.
그제서야 내걸 팔고 환불을 해주더라.
참을인 세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던데 그말이 맞다. 성질 부렸으면 골치 아플뻔했다.

기쁜 맘을로 환불 받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나: 동골라 가는데요.
직원 : 요금이 xxxx에요.(기억이 정확치 않다.한 30내지 40$ 정도?)
나 : 몇시에 출발해요?
직원 : 오후 4시요.
나 : 몇시간이 걸려요?
직원 : 오후 4시에 출발해요.
나 : 동골라까지 몇시간 걸리냐고요.
직원 : 실은 오후 5시에 출발해요.
나 : -.-
영어 참 안통한다. 수단에서 영어로 대화하기 어렵다.
어쨋든 약속된 시간에 터미널로 갔더니
버스는 없고 커다란 덤프트럭 같은게 있다.
나 : 버스 어디있어요?
직원 : 저거요.(트럭이다.)
나 : -.-
그 트럭에 올라타고 출발을 했다.
처음 3시간 정도는 흐믓하다.
난 드디어 와일드 아프리카에 있다.
이 험한 사하라 사막을 트럭타고 건나가고 있다.

그런데, 조금 있으면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트럭 짐칸에 상당히 많은 사람이 타기 때문에 다리를 펴지 못하고 쪼그려 앉아 있어야 한다.
비포장 사막을 가다보니 진동도 심하고, 먼지도 많이 나고...
그래, 몇시간만 참자....
한밤중에 어딘가에 정차한다.
나 : 여기가 동골라야?
현지인 : 아니,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또가. 밤에 도둑이 많아서 운행 안해.
사막의 밤공기, 사람 미치게 만든다.
그렇게 하룻밤을 트럭위에서 자고 아침에 또 출발...
하루종일 그늘도 없는 트럭 짐칸에서 사하라 모래먼지 마시며 갔다.
워낙 많은 짐을 싣고 가는데다 길마져 험해서(사막이라고 뽀얀 모래가 깔린 곳이 아니다. 모래만 있는 이쁜 사막은 입장료 내고 들어간다.수단 원주민들이 트럭타고 건너는 사하라 사막은 수박만한 돌들이 깔려 있는 사막이다.) 타이어 펑크가 자주 난다. 한번 펑크 날때마다 사람 한명
트럭 바깥으로 튕겨 나가고...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타이어 수리하고 또 출발하고...
온 몸에 뽀얀 모래 먼지가 1cm 두께로 내려 앉는다.
더 답답한게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어서 언제 동골라에 가는지 모른다는거...
같이 배타고 왔던 유럽애들은 어디로 갔는지 내가 탄 트럭에는 1명도 없었다.

그리고 밤이되고 또 정차한다.
나 : 여기가 동골라니?
현지인 : 아니,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또가. 밤에 도둑이 많아서 운행 안해.
미친다.
다음날 아침 그 트럭은 더이상 운행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다른 교통편을 알아봐야 한단다.
말도 안통하는 수단 시골에서 앞이 캄캄했는데
궁하면 통한다고 어찌 어찌 교통편이 보이더라.
조그만 픽업트럭을 찾아서 그걸 타고 동골라에 들어갔다.
강만 건너면 동골라인데 트럭이 커서 배를 못탄다나? 그래서 갈아 탄거였다.
이렇게 우여곡절끝에 겨우 동골라에 도착한다.
나한테 다시 거기 갈거냐고 물어보면, 난 절대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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