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6일 수요일

아디스아바바

랄리벨라에서 아디스아바바 가는 길은 이디오피아 여행중 가장 쉬웠던 구간 같다.

1박2일이 걸려서 도착한 아디스아바바...

역시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의 수도도 역시 수도다.

문명의 이기들이 발에 채일만큼 많이 있고(물가가 상당히 비싸다. 인터넷 카페 1시간에 10$)...

아디스아바바에서 한일은 시내 구경외에 케냐 비자를 받는 거였다.

케냐에서 국경 비자를 주는지 확실치 않아서 같은 호텔에 묶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 보았다.

나 : 케냐 가는데 국경에서 비자 주니?
호텔 사람 : 케냐 비자? 필요 없는데... 그냥 가면되 무비자야...
나 : 너나 그렇지... 난 이디오피아 국민 아니라서 비자 있어야되
호텔 사람 : 아냐 비자 없어, 그냥 가면 되... 나도 가는 길이야...

안돼겠다. 이 촌스런 놈들은 전 세계 인민이 이디오피아 사람인줄 안다.
그냥 대사관에 물어보려 갔더니 이디오피아쪽 국경에선 비자 안주니 미리 받아야 한단다.
비자피... 50$다. 겁나 비싸다.

그렇게 비자 신청을 하니 며칠 후에 오란다. 기다리지 머...

호텔로 돌아와서 좀전의 그 넘과 또 이야기를 했다.

호텔 사람 : 나 지금 남아공에 일하러 가는 길이야.
나 : 그걸 이렇게 땅으로 가?
호텔 사람 : 응, 비행기표 살 돈이 없어. 이렇게 땅으로 가는게 훨씬 저렴해...
나 : 나야 여행한다고 돌아다니지만... 넌 참 힘들겠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며칠후 비자를 받고 케냐 국경으로 출발했다.

아디스아바바뿐 아니라 그동안 거쳤던 도시마다 꽤 오래된것 같은 교회 건물들을 많이 보았다.
그 교회들이 티벳의 불교 사원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졌다.
단청같이 칠해놓은 교회 처마들, 십자가 주위로 길게 늘어 놓은 만장 같은 깃발들...

이동중에 만난 현지인들에게 물어 보았다. 이디오피아 정교회도 기독교와 같은 경전을 사용하느냐고...
같은 경전을 사용 한단다. 성경이라고 부르는...
이디오피아에 펴지면서 아프리카 토착 종교들의 문화가 많이 흡수 되어서 그런가... 보이는 모습이 많이 흥미로웠다.

랄리벨라...

며칠간 랄리벨라의 지하 요새같은 유적속에서 행복하게 보냈다.

유적이 날 행복하게 해준건 아니고 그 동네의 꼬마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더 행복했었다.

그리고 랄리벨라 한쪽 구석에 토요일 이면 열리는 거대한 시장...

거기에 나온 사람들... 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 랄리벨라가 꽤 넓은 동네인가 보다.

별걸 다 판다. 당나귀, 말, 염소 같은 가축을 끌고 와서 파는 사람들도 있고

저런걸 어디다 쓸까 하는 쓰레기 같은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파는 사람들도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건 자동차 폐타이어를 길게 잘라낸 밧줄로 엮어놓은 신발.

한국의 짚신과 비슷해 보이는데 재료가 짚이 아니라 자동차 타이어라는 거.

엄청 튼튼하겠지... 그리고 발도 많이 아프겠지...

얼마나 가진게 없으면 저런걸로 신발을 만들어서 신고 다녀야 하는 걸까.

악슘에서 울컥했던 그런 안타까움이 시장 여기저기서 베어 나온다.

기온도 쾌적하고(고원지대라 별로 안 덥다), 물도 풍부해 보이고, 땅도 좋아서 농사도 잘 될것 같은데 왜 이렇게 못사는 걸까...

1달러도 안되는 일당을 벌기 위해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디오피아를 떠난후에도 계속 눈에 밟혔다.

그리고 외국인에게 자존심도 없이 구걸하러 덤비는 젊은이 들을 보면서 화가 나고, 가슴이 아파서 안만나려고, 이야기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다녔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라는 둥... 그런 말은 하지 않겠다.

현재의 배부름(사실 배 부른것도 아니다.)보다 더 큰 배부름이 있는걸 몰라서 행복한 그런 행복... 하나도 안 부럽다.

수단에서도, 그전의 이집트에서도, 그전의 요르단과 시리아 에서도 이렇게 찢어지는 가난함은 보지 못했다. 내가 여행하면서 보아온 사람들 중에 가장 가난 했던 곳...

동네 아이들한테 외국 동전 모으는 경쟁이 있었던거 같다.
아이들이 서로 자기의 동전을 보여 주면서 나에게 한국 동전이 있으면 달라고 조른다.
한국동전... 당연히 없다.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그동안 다녔던 나라들에서 조금씩 남았던 동전을 꺼내서 나눠주고...
이 넘들이 동전을 받으면서도 크기가 작거나 모양이 너무 평범하면 별로 고마워 하지 않는다.

많이 모은 아이들은 정말 별의 별 나라 동전을 다 가지고 있었다. 이 산골짜기에서 재주도 좋다...

아디스아바바로 가기 위해서 버스표를 사러 갔는데 지금 비로 길이 쓸려내려가서 버스가 끊어 졌단다. 언제 가냐니까 내일 다시 와보라는 말만...

어짜피 한번에 아디스아바바로 가지는 못할거라... 그냥 여유있게 버스 다닐때 까지 기다리다가 버스표를 샀다.

2011년 4월 1일 금요일

악슘에서 랄리벨라로...

성괘가 묻혀 있다는 악슘을 뒤로하고 랄리벨라로 향했다.

역시 새벽에 버스를 탔는데 오후 1시쯤 어느 보잘것 없는 동네에 내려준다.

숙소도 별로 만만한게 없고... 시간도 너무 일러서 어떻게든 그날내로 랄리벨라로 가고 싶었다.

여기저기 교통편이 없는지 물어보고 다니다가

궁하면 통한다고 버스를 찾았다.

이디오피아는 정통 기독교 국가다. 기독교 성지도 여러군데 있고

많은 사람들이 정교회 신자이다. 성괘도 이디오피아에 묻혀 있다는 정도니...

내가 찾은 버스가 이디오피아 정교회 신자들이 "성지순례" 가는 전세버스 였다.

랄리벨라 라는 곳이 이디오피아 기독교 성지여서 많은 사람들이 성지 순례를 간다고...

전세버스라고해서 한국 전세버스 처럼 편안히 갈 수 있는건 아니었다.

삐걱 거리는 의자에 사람들이 앉고 많은 수는 서서 간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나도 그 속에 서서 가고 있었다.

성지순례 가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상당히 신실해 보였다. 기도를 하고, 찬송을 하고...

아프리카 사람들이 부르는 찬송가 들어 본적 있는가?

정말 아름답다.

글로 써서 표현하려니 내 글재주로 어케 말 할 수가 없다.

아프리카 풍의 음악을 한번쯤은 들어들 보셨을거다.

그런 풍으로 찬송가를 부르는데 하머터면 전도 당할뻔 했다.
(참고로 난 기독교에 그다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버스를 타고 굽이 굽이 산길을 돌아서 랄리벨라에 들어갔다.

호텔을 이곳저곳 알아 보다가 만만한 가격에 괜찮은 품질의 호텔을 찾았다.

짐을 풀고 동네 한바퀴를 돌다가 아는 얼굴이 보인다.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동안 만났던 일본인.

나보다 1주일 정도 먼저 이곳에 도착해 있었다. 지금 자전거로 여행하는 중인 이상한 넘...

수단을 어케 자전거 타고 지나 왔을까...

그 친구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참 기구하게 살고 있었다.

지금 묶고 있는 호텔에서 빈대에 물려 허리 주위가 완전히 초토화된...

싸구려 맥주 한잔 마시면서 여행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진다.

랄리벨라에는 지하 교회가 11군데가 있다. 랄리벨라 지역에 여기저기 퍼져 있어서

차를 빌리지 않으면 전부를 보기는 어렵고 사람들 사는 거주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몇개의 지하 교회를 구경하는게 일반적이다.(제일 많고 제일 화려하다.)

입장권을 구입하면 1주일이 유효하고 1주일내에 어디나 들어가서 구경을 할 수 있다.

좀 비싼 가격이지만(지금 얼마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입장권을 샀다.

어린시절 "마징가 제트" 라는 만화영화를 본적이 있을거다. 아직 어린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 만화영화를 보면 "헬 박사" 라는 양반이 산속을 파 놓고 만든 지하 기지에서

매주 1대씩 전투 로봇을 만들어 낸다.

그 지하 기지...가 생각나는 랄리벨라의 교회들.

산을 통째로 깍거나 산속을 파고 들어가서 신전이나 주거 지역을 만들어 놓은 것을

여러곳에서 보았다.

터키의 카파도키야, 요르단의 페트라.

둘다 명함 접고 죽어야 한다.

터키는 그냥 굴 파고 그안의 공간에 사람이 살았다.

페트라는 바위산을 바깥에서 조각해서 신전을 만들었다.

랄리벨라 교회는 바위산 안쪽을 파고 들어가서 그 안에 교회를 조각해 놓았다.

그냥 파 내서 큰 공간을 만든게 아니다.

동굴안에 교회가 한채 서 있는데 그 교회를 바깥의 자재로 쌓아서 지은게 아니고

원래 그곳에 있는 바위를 깍아서 조각해 놓은 거다.

내가 써놓고 내가 읽어도 그 아름다움을 전해주기 참 어렵다.

이런 교회가 800년 이상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신앙의 힘이라는게 참 대단하다.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에 나오는 시바 씨가 이디오피아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그 만큼 이 나라는 기독교와 관련이 깊은 나라라는거...

잠깐 다르데로 새자.

이디오피아 여성들의 외모는 참 아름답다.

흑인하면 떠오르는 납작한 코, 두툼한 입술의 얼굴이 아니고 오똑한 콧날, 갸름한 입술, 볼륨있는 몸매...

이디오피아 돌아 다니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그리고 에이즈... 왜 그렇게 에이즈가 많은지 모르겠다. 무지 때문이겠지...

그래서 이디오피아는 왠만한 호텔에 가면(배낭여행자가 가는 저렴한 호텔도) 방마다 콘돔이 비치되어 있다.

그리고 커피...

랄리벨라에서 묶는 동안 주방 아주머니 부부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원두를 볶는걸 구경했다.

같이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면서 기다기리를 약 1시간...

볶은 원두를 빻고, 즉석에서 커피를 내려 마셨는데

내가 커피먹고 감동하기는 처음 이었다.

아마 그게 "신선함"의 맛인가 보다. 그 커피 마시러라도 이디오피아에 한번 더 가고 싶다.

랄리벨라에 와서야 이디오피아에 온 보람을 느꼈다.